우리 집 앞에서 나는 의자에 앉아있고 셋째 언니는 서있고 앞에는 성자언니가 있는 사진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때 찍은 사진.
어린 시절 기억 중에 성자언니가 있다. 사진 앞줄에 앉아있는 성자언니 삶도 파란만장했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가 결혼을 했는데 새엄마가 아들을 낳자 성자언니가 새엄마한테 구박을 많이 받았단다. 초등학교 때 어느 날 부모님이 외출을 한 사이에 집안에 있던 돈을 싹 가지고 무작정 집을 나와 남의 집 식모로 다니다가 나이가 들면서 버스안내양도 하면서 살다가 어느 분의 소개로 우리 집으로 오고 되었다.
성자언니는 18세가 넘었지만 주민등록증이 없었는데 우리 엄마가 성자언니를 데리고 성자언니 아버지를 만나서 주민등록을 해달라고 하러갔더니 아버지라는 작자가 안 해준다고 하니 엄마가 딸을 버리고도 양심이 있냐 하면서 싸워서 결국 성자언니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우리 집 동거인으로 구청에 신고를 했다고 한다.
성자언니는 손이 빠르고 반찬도 잘해서 엄마가 아주 좋아하셨다. 우리 형제들하고도 많이 친해져서 자기 월급 받으면 우리한테 군것질거리도 사주고 밤에는 성자언니가 버스차장으로 있을 때 이야기도 많이 듣기도 했다. 엄마는 성자언니한테 나중을 위해서 월급 저축하라고 야단을 치시곤 하셨지만 자기는 몸 건강해서 그런 걱정 안 하고 산다고 했었다.
그 후로 성자언니는 우리랑 오랫동안 함께 살다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우리 집에 불이 나면서 식구들이 다 흩어질 때 언니도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고 더 먼 훗날 둘째언니가 호주로 이민을 가기 전에 들은 마지막 소식은 성자언니는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는 엄마를 찾아서 같이 살게 되었다는 소식인데 그 시절은 집전화만 있던 시대라서 한번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가 없는 시대였기에 성자언니와도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문득문득 어린시절의 기억속에는 언제나 성자언니가 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면 나보다 나이도 6살 정도 위였던 것같다. 살아있다면 70대 초반이 되셨을텐데 사람을 찾습니다를 이용해서 찾아보고싶은 마음이 항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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